멸치볶음, 불을 끄고 올리고당을 넣습니다
멸치볶음은 팬에서 꺼낼 때는 멀쩡합니다. 문제는 식은 다음입니다. 30분쯤 지나면 멸치끼리 엉겨 한 덩어리가 되고, 씹으면 바삭하지 않고 질깁니다. 다음 날 반찬통을 열면 숟가락으로 떠지지 않습니다. 원인은 멸치가 아니라 양념입니다. 설탕과 올리고당이 든 양념을 불 위에서 오래 끓이면 식으면서 굳습니다. 사탕이 굳는 것과 같은 일이 반찬통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양념을 언제 넣고 언제 불을 끄느냐를 중심에 둡니다. 전부 15분 안쪽이지만 마지막에 넓게 펴서 식히는 5분이 필요하니 상에 올리기까지 20분을 잡으세요.
재료
- 잔멸치 100g — 볶음용으로 파는 작은 것. 국물용 큰 멸치는 다른 요리입니다
- 식용유 2큰술
- 진간장 1큰술
- 맛술 2큰술
- 설탕 1큰술
- 올리고당 2큰술 — 불을 끈 뒤에 넣습니다
- 다진 마늘 1/2큰술
- 참기름 1큰술 — 불을 끈 뒤에 넣습니다
- 통깨 1큰술
- 견과류 20g — 선택. 아몬드나 호두를 굵게 부숴서
만드는 법
1. 멸치를 기름 없이 마른 팬에 먼저 볶습니다
잔멸치 100g을 체에 밭쳐 흔들어 가루와 부스러기를 털어냅니다. 이 가루가 남으면 나중에 타서 쓴맛이 납니다.
팬을 중불에 올리고 기름 없이 멸치만 넣어 2분 볶습니다. 계속 저어 주세요.
다 됐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소리와 냄새입니다. 처음에는 조용하다가 멸치가 마르면서 팬에 부딪히는 소리가 가벼워지고, 비린 냄새 대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멸치를 하나 집어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휘지 않고 부러지면 됐습니다.
이 단계가 비린내를 잡습니다. 기름을 먼저 두르면 멸치가 기름을 먹어 눅눅해지고, 수분이 갇혀 비린내가 남습니다. 순서가 반대면 뒤에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볶은 멸치는 접시에 덜어 둡니다. 팬은 그대로 씁니다.
2. 양념을 팬에서 먼저 끓입니다
같은 팬에 식용유 2큰술을 두르고 약불로 줄인 뒤 다진 마늘 1/2큰술을 넣어 10초만 볶습니다. 마늘은 금방 탑니다. 색이 노릇해지면 이미 늦은 것이니 향이 올라오는 순간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마늘이 이미 탔다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가장자리가 갈색을 넘어 검어졌다면 팬을 비우고 기름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탄 마늘 위에 간장을 부으면 쓴맛이 양념 전체로 퍼지고, 그 뒤에는 설탕을 아무리 넣어도 덮이지 않습니다. 멸치는 이미 덜어 두었으니 다시 시작해도 잃는 것은 기름 2큰술과 30초뿐입니다.
진간장 1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을 넣습니다. 약불에서 30초쯤 두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설탕이 녹습니다.
여기서 오래 끓이지 마세요. 양념만 졸이면 수분이 날아가 나중에 식을 때 굳는 힘이 세집니다. 설탕이 녹고 전체가 한 번 끓어오르면 충분합니다.
올리고당과 참기름은 아직 넣지 않습니다. 둘 다 불을 끈 뒤에 들어갑니다.
3. 멸치를 넣고 30초 안에 버무립니다
약불을 유지한 채 덜어 둔 멸치를 넣고 재빨리 버무립니다. 30초를 넘기지 마세요.
멸치는 이미 1단계에서 익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익히는 것이 아니라 양념을 입히는 것뿐입니다. 오래 볶을수록 양념의 수분이 날아가고, 그만큼 식은 뒤에 단단해집니다.
주걱으로 멸치를 위로 들었다 놓는 식으로 섞으세요. 눌러 가며 저으면 멸치가 부서집니다.
다 됐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색입니다. 멸치 전체가 고르게 갈색빛을 띠고, 팬 바닥에 흐르는 양념이 거의 남지 않으면 됐습니다. 바닥에 양념이 흥건하다면 아직 멸치가 다 흡수하지 못한 것이니 10초만 더 두세요.
4. 불을 끄고 올리고당과 참기름을 넣습니다
불을 완전히 끕니다. 그 다음 올리고당 2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을 넣고 섞습니다. 견과류를 넣는다면 여기서 넣습니다.
이 순서가 이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올리고당을 불 위에서 넣으면 끓으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남은 당분이 식으면서 굳어 멸치를 서로 붙입니다. 불을 끈 뒤에 넣으면 팬의 남은 열로 고르게 퍼지기만 하고 졸아들지 않습니다.
참기름도 같습니다. 불 위에서 넣으면 향이 날아갑니다.
섞는 데 10초면 충분합니다. 팬이 아직 뜨거우므로 오래 두면 결국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5. 넓게 펴서 완전히 식힙니다
다 된 멸치볶음을 넓은 접시나 쟁반에 한 겹으로 펴서 식힙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뜨거울 때 그릇에 수북이 담으면 아래쪽 멸치가 위쪽의 열과 수증기를 받아 눅눅해지고, 그 상태로 굳으면서 덩어리가 됩니다. 넓게 펴면 수증기가 빠져나가고 각각 따로 식습니다.
완전히 식은 뒤에 담으세요. 미지근할 때 반찬통에 넣고 뚜껑을 덮으면 안에서 물이 생겨 다음 날 축축해집니다.
식은 뒤 손으로 집었을 때 옆의 멸치가 딸려 오지 않으면 잘된 것입니다.
간장양념 비율과 분량 기준
간장양념 비율부터 적습니다. 잔멸치 100g에 진간장 1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그리고 불을 끈 뒤 올리고당 2큰술입니다. 간장 1을 기준으로 맛술 2, 설탕 1, 올리고당 2라고 외우면 양을 바꿀 때도 비율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멸치 50g이면 전부 절반, 150g이면 1.5배입니다.
열량과 영양 수치를 찾아 오셨다면 — 지금은 적어 드릴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그 수치를 확인할 공공 식품성분 자료를 연결하지 못했고, 확인하지 못한 숫자를 그럴듯하게 채워 넣지는 않습니다. 확인되면 출처와 함께 적겠습니다.
잔멸치 100g이 어느 정도인가 — 종이컵으로 넉넉히 두 컵 정도입니다. 다 만들면 부피가 조금 줄어 반찬통 하나에 들어갑니다. 네 식구가 반찬으로 서너 번 먹을 양입니다.
한 번에 얼마까지 만들 수 있나 — 팬 하나에서는 멸치 150g이 한계입니다. 그 이상은 3단계에서 30초 안에 고르게 버무릴 수 없어, 어떤 멸치는 양념이 많고 어떤 멸치는 맨 상태로 남습니다. 많이 만들 계획이라면 100g씩 나눠 두 번 하세요. 팬이 이미 뜨거워 두 번째는 더 빠릅니다.
반찬통을 기준으로 잡을 때 — 이 레시피 한 번 분량이 500ml 반찬통 하나를 대략 채웁니다. 나눠 담을 것을 생각한다면 작은 통 두 개가 낫습니다. 뚜껑을 자주 여닫는 통 하나보다 오래 갑니다.
늘릴 때 주의할 것 — 양념을 두 배로 만들면 2단계에서 끓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동안 졸아드니, 설탕이 녹는 즉시 멈추세요. 시간이 아니라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이 요리의 기준입니다.
맛술이나 올리고당이 없을 때
맛술이 없을 때 — 청주나 소주를 같은 양(2큰술) 쓰면 됩니다. 맛술에는 단맛이 있으니 이때는 설탕을 1큰술에서 1.5큰술로 올리세요. 술이 아예 없다면 물 2큰술로도 됩니다. 맛술의 주된 역할인 비린내 제거는 1단계의 마른 볶음이 이미 하고 있어서, 물로 바꿔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올리고당이 없을 때 — 물엿이나 알룰로스를 같은 양 쓰면 됩니다. 물엿은 올리고당보다 잘 굳으니 불을 끈 뒤에 넣는 것을 더 철저히 지키세요. 알룰로스는 잘 굳지 않아 딱딱해지는 문제에는 오히려 유리하지만 윤기가 덜 납니다. 꿀은 향이 강하니 1.5큰술로 줄이세요. 아무것도 없다면 설탕을 2큰술로 올리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윤기가 덜 나고 굳기 쉬워집니다.
진간장이 없을 때 — 국간장은 더 짜므로 절반(1/2큰술)만 쓰고 물 1/2큰술로 부피를 맞추세요. 색이 옅어집니다. 양조간장은 같은 양 그대로 쓰면 됩니다.
참기름이 없을 때 — 들기름으로 바꾸되 향이 진하니 1/2큰술만 쓰세요. 둘 다 없다면 생략해도 됩니다. 다만 통깨는 꼭 넣으세요.
식용유가 없을 때 — 이 요리에서 식용유는 양념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역할입니다. 포도씨유, 카놀라유 무엇이든 됩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대신하지는 마세요. 발연점이 낮아 볶는 동안 탑니다.
잔멸치가 없고 큰 멸치만 있을 때 — 국물용 큰 멸치는 이 레시피에 맞지 않습니다. 머리와 내장을 떼고 반으로 갈라 쓰면 못 할 것은 없지만, 살이 두꺼워 양념이 겉돌고 질깁니다. 다른 요리로 쓰시는 편이 낫습니다.
꽈리고추를 더할 때 — 멸치를 70g으로 줄이고 꽈리고추 150g을 3단계에서 함께 넣습니다. 넣기 전에 이쑤시개로 두어 군데 찔러 주세요. 찌르지 않으면 안에서 수증기가 부풀다가 터집니다. 양념은 그대로 둡니다.
매콤하게 바꿀 때 — 설탕 1큰술을 고추장 1/2큰술과 설탕 1/2큰술로 나눕니다. 고추장은 잘 타므로 반드시 약불에서 30초 안에 끝내세요.
바꾸지 않는 편이 나은 것 — 1단계의 마른 볶음과 4단계의 불 끄기입니다. 재료가 아니라 순서라 대체가 없고, 이 둘을 건너뛰면 앞의 어떤 대체보다 결과가 나빠집니다.
얼마나, 어떻게 보관할 수 있나
며칠까지 두어도 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근거로 삼을 자료를 찾지 못해 숫자를 적지 않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적습니다.
완전히 식혀서 담으세요. 이것이 보관에서 가장 큰 변수입니다. 미지근할 때 뚜껑을 덮으면 통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이 멸치를 축축하게 만듭니다. 축축해진 반찬은 빨리 상합니다.
밀폐용기에 담으세요. 멸치볶음은 냄새가 강해 다른 음식에 배고, 반대로 냉장고 냄새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꺼낼 때는 마른 숟가락으로. 물기 있는 숟가락이 한 번 들어가면 그 지점부터 상하기 시작합니다. 먹을 만큼만 덜어 담는 습관이 반찬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상온에 두지 마세요. 마른 반찬처럼 보이지만 양념에 수분이 있고, 여름철 실온에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도시락에 쌀 때는 완전히 식혀 담고 아이스팩을 같이 넣으세요.
냉동은 권하지 않습니다. 얼렸다 녹이면 양념의 수분이 분리되어 눅눅해집니다. 많이 만들었다면 냉동보다 나눠 담아 냉장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럴 때는 드시지 마세요 —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표면에 실 같은 것이 보이거나, 멸치가 눅눅하게 물러졌다면 버리세요.
아이도 먹을 수 있게 만들려면
멸치볶음은 아이 반찬으로 자주 오르지만 그대로 주면 잘 안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짠맛과 뼈의 존재감, 두 가지가 이유입니다.
멸치 크기를 줄이세요. 지리멸치처럼 아주 작은 것을 쓰면 씹기 쉽고 뼈의 존재감이 덜합니다. 잔멸치도 아이에 따라 크게 느낍니다.
진간장을 반으로 줄이세요. 1큰술을 1/2큰술로 줄이고, 대신 올리고당을 2큰술에서 2.5큰술로 올리면 단맛 쪽으로 기울어 잘 먹습니다.
마늘을 빼세요. 어린아이일수록 마늘 향을 싫어합니다. 1단계의 마른 볶음이 비린내를 잡고 있으므로 빼도 문제없습니다.
견과류는 나이를 보고. 아몬드나 호두 조각은 어린아이에게 목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넣는다면 아주 잘게 부수거나, 5세 이하에게는 넣지 마세요.
마요네즈를 조금 섞는 방법 — 다 식힌 멸치볶음에 마요네즈 1작은술을 섞으면 짠맛이 부드러워지고 뭉쳐져서 숟가락으로 뜨기 좋아집니다. 아이 몫만 따로 덜어 섞으세요.
주먹밥으로 만들어 주세요. 반찬으로 내면 안 먹던 아이도 밥에 섞어 뭉쳐 주면 잘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운 버전은 아이용에서 빼세요. 고추장이나 청양고추는 나중 문제입니다.
남은 멸치볶음, 버리지 말고 이렇게
멸치볶음은 한 번 만들면 오래 남는 반찬입니다.
주먹밥 — 가장 잘 맞습니다. 따뜻한 밥에 멸치볶음을 넣고 참기름 조금과 김가루를 더해 뭉칩니다. 멸치볶음에 이미 간이 있으니 소금은 넣지 마세요.
김밥 속 — 단무지와 함께 넣으면 멸치의 짠맛과 단무지의 신맛이 맞습니다. 이때 밥에 소금 간은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볶음밥 — 밥을 볶다가 마지막에 넣으세요. 처음부터 넣으면 양념이 타고 멸치가 부서집니다.
유부초밥 토핑 — 유부초밥 위에 조금 올리면 밋밋한 맛에 짠맛과 씹는 감이 생깁니다.
딱딱해진 것을 되살릴 때 — 팬에 넣고 물 1큰술을 뿌린 뒤 약불에서 30초만 저으면 굳은 양념이 풀립니다. 불을 끄고 참기름을 몇 방울 더하면 처음과 비슷해집니다. 다만 이 방법은 한 번만 통합니다. 두 번 반복하면 멸치가 부서집니다.
짜게 됐을 때 — 이미 볶은 것에서 소금을 뺄 수는 없으니 양을 늘려 희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팬에 볶지 않은 마른 멸치를 반쯤 더 넣고 물 1큰술과 함께 약불에서 1분 볶으면 짠맛이 나뉩니다. 견과류를 넣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멸치볶음이 자꾸 딱딱해집니다
올리고당이나 물엿을 불 위에서 넣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당분이 든 양념을 불 위에서 졸이면 수분이 날아가고, 식으면서 굳어 멸치를 서로 붙입니다. 불을 완전히 끈 뒤에 넣으세요. 그리고 3단계에서 멸치를 30초 넘게 볶지 마세요. 이미 익은 멸치를 계속 볶으면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왜 기름 없이 먼저 볶나요?
기름을 먼저 두르면 멸치가 기름을 흡수해 눅눅해지고 수분이 갇혀 비린내가 남습니다. 마른 팬에서 2분 볶으면 멸치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비린내도 같이 날아가고, 그 다음 양념을 입혀야 바삭함이 남습니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휘지 않고 부러지면 다 된 것입니다.
멸치가 부서집니다
젓는 방법을 확인하세요. 주걱으로 눌러 가며 저으면 부서집니다. 아래에서 위로 들었다 놓는 식으로 섞으세요. 그리고 1단계에서 너무 오래 볶아도 부스러지기 쉬워집니다. 2분을 넘기지 마세요.
마늘을 태웠는데 그냥 진행해도 되나요?
검게 탔다면 팬을 비우고 기름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탄 마늘의 쓴맛은 간장을 붓는 순간 양념 전체로 퍼지고 단맛으로 덮이지 않습니다. 멸치는 이미 덜어 두었으니 다시 시작해도 잃는 것은 기름 2큰술과 30초뿐입니다. 노릇한 정도라면 그대로 진행해도 됩니다.
도시락에 싸도 되나요?
완전히 식혀서 담으면 됩니다. 미지근할 때 담으면 통 안에 물이 생겨 눅눅해지고 상하기 쉽습니다. 여름철에는 아이스팩을 같이 넣으세요. 상온에 오래 두어도 되는 반찬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