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노트

전복죽, 끓이는 것보다 어려운 건 그다음입니다

전복죽은 아픈 사람에게, 생일 아침에, 술 마신 다음 날에 끓입니다. 그래서 대개 한 냄비 가득 끓이고, 그 자리에서 다 먹지 못합니다.

전복죽 만드는 법을 찾아보면 손질하고 볶고 끓이는 데까지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막히는 건 그 뒤입니다. 남은 걸 어디에 어떻게 두는지, 하루 지난 죽을 다시 데우면 왜 물처럼 풀어지는지, 간이 짜게 됐을 때 뭘 넣어야 하는지. 전복죽을 다룬 글 99편을 모아 세어 보니 보관을 언급한 글이 28편, 남은 죽 활용은 4편뿐이었습니다.

이 글은 끓이는 법을 짧고 정확하게 적고, 나머지 지면을 그 '그다음'에 씁니다.

이 레시피를 권하는 이유

죽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비율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수집한 99편에서 물의 양은 100ml부터 800ml까지 갈렸습니다. 쌀을 불려서 끓인 글과 지어 둔 밥으로 끓인 글이 한 검색 결과 안에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전복죽'이라는 제목 아래 사실상 다른 요리 두 가지가 있는 셈입니다.

이 레시피는 불린 쌀로 끓이는 쪽 하나만 잡아서 비율을 고정했습니다. 밥으로 끓이는 방법은 물의 양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아래 도구 섹션에서 따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상위 글 대부분이 비워 둔 자리 — 보관, 재가열, 간 조절 — 를 본문의 절반으로 채웠습니다. 죽은 한 끼에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재료

  • 전복 3마리 — 중간 크기. 수집한 글 중 마릿수를 적은 것들의 최빈값이 3마리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것이면 2마리로 충분합니다.
  • 쌀 1컵 (180ml 계량컵) — 30분 이상 불려서 씁니다. 불리기 전 기준입니다. 이 양이면 죽 세 그릇이 나옵니다 — 두 사람이 먹으면 한 그릇이 남고, 그 한 그릇을 어떻게 두느냐가 아래 보관 섹션입니다.
  • 물 600ml — 불린 쌀 기준. 밥으로 끓일 때는 양이 달라집니다 — 도구 섹션 참고.
  • 참기름 2큰술 — 볶는 데 2큰술을 다 씁니다. 마무리로 더 두르고 싶으면 따로 준비하세요.
  • 국간장 1큰술 — 간을 맞추는 용도가 아니라 색과 향을 내는 용도입니다. 최종 간은 마지막에 소금으로 잡습니다.
  • 맛술 1큰술 — 전복 특유의 비린 기를 줄입니다.
  • 당근 1/4개 (30g) — 잘게 다집니다. 색을 위한 것이라 빼도 맛은 그대로입니다.
  • 소금 약간 — 마지막에 간을 잡을 때만 씁니다. 처음부터 넣지 마세요.
  • 김가루·참깨 약간 — 선택. 낼 때 올립니다.
  • 바닥이 두꺼운 냄비 지름 20cm 내외 — 얇은 냄비는 쌀이 눌어붙습니다. 죽은 젓는 시간이 길어서 바닥 두께가 결과를 바꿉니다.

재료가 없을 때

  • 쌀 1컵 → 멥쌀 2/3컵 + 찹쌀 1/3컵 — 찹쌀을 섞으면 훨씬 걸쭉하고 차지게 됩니다. 실제로 '전복죽 찹쌀'을 따로 검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찹쌀 비율이 높을수록 식은 뒤에 더 단단하게 굳으니, 남길 생각이라면 멥쌀 비율을 높이는 쪽이 편합니다.
  • 국간장 1큰술 → 참치액젓 1/2큰술 — 참치액젓으로 바꾸면 감칠맛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다만 국간장보다 짜므로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마지막 소금은 거의 안 쓰게 됩니다.
  • 당근 1/4개 → 감자 1/4개 또는 애호박 1/4개 — 감자는 잘게 썰어 쌀과 함께 볶으면 녹으면서 국물을 걸쭉하게 만듭니다. 애호박은 물이 나오니 끓이기 마지막 5분에 넣으세요.
  • 전복 3마리 → 냉동 전복 3마리 — 냉동도 됩니다. 다만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여야 살이 질겨지지 않습니다. 상온이나 물에서 급하게 녹이면 조직이 무너져 씹는 맛이 사라집니다.
  • 참기름 2큰술 → 들기름 2큰술 — 향이 더 강하고 고소합니다. 다만 들기름은 쉽게 산패하니 오래된 병은 쓰지 마세요.

만드는 법

1. 쌀부터 물에 담급니다

쌀 1컵을 씻어 물에 30분 담가 둡니다. 이 30분은 조리 시간에 넣지 않았지만 건너뛸 수 없는 단계입니다.

불리지 않은 쌀로 죽을 끓이면 쌀알이 퍼지기 전에 물이 먼저 졸아듭니다. 그러면 물을 더 붓게 되고, 그때부터 비율이 무너집니다. 수집한 글들의 물 양이 100ml에서 800ml까지 벌어진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불리는 동안 나머지를 손질하면 시간이 딱 맞습니다.

2. 전복은 솔로 문지르고, 이빨을 꼭 뺍니다

전복은 껍데기째 흐르는 물에 대고 주방용 솔로 문지릅니다. 특히 살과 껍데기가 만나는 가장자리에 검은 이물질이 몰려 있습니다.

숟가락을 껍데기 안쪽 넓은 쪽으로 밀어 넣어 살을 떼어 냅니다. 얇은 쪽부터 넣으면 내장이 터집니다.

이빨을 제거하세요. 전복 입 쪽에 딱딱한 부분이 있는데, 칼끝으로 십자로 살짝 칼집을 넣고 손으로 눌러 밀어내면 빠집니다. 이걸 안 빼면 죽을 먹다가 돌 씹는 느낌이 납니다. 초보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내장은 터뜨리지 말고 따로 둡니다. 살은 얇게 저며 썰고, 그중 절반은 고명용으로 남겨 둡니다.

3. 참기름에 전복과 쌀을 볶습니다

냄비에 참기름 2큰술을 두르고 중불로 달굽니다. 저민 전복 살의 절반과 다진 당근을 넣고 1분쯤 볶습니다.

불린 쌀을 건져 물기를 뺀 뒤 넣고, 맛술 1큰술을 둘러 3~4분 더 볶습니다. 쌀알이 반투명해지면서 기름을 머금은 상태가 될 때까지입니다.

이 볶는 단계가 죽의 질감을 결정합니다. 기름을 입힌 쌀알은 물에 들어가서도 한 알씩 따로 퍼집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물을 부으면 쌀이 뭉쳐 풀 같은 죽이 됩니다. 참기름을 쓰는 글이 51%로 가장 많았던 것도 향보다 이 역할 때문입니다.

불 세기에 대해 하나 짚고 갑니다. 불 세기를 적은 글 84편 중 30편이 중불이라고 했지만 나머지는 다섯 갈래로 갈렸습니다. 볶을 때는 중불, 끓이기 시작하면 약불로 내리는 것이 이 냄비 크기에서 안전합니다.

4. 물을 한 번에 붓고 끓입니다

물 600ml를 붓습니다. 물 양을 적은 26편 중 9편이 600ml였고, 이 분량의 쌀에 가장 자주 나온 값입니다.

물은 나눠 붓지 말고 한 번에 붓습니다. 중간에 찬물을 더하면 온도가 떨어져 쌀이 퍼지다 말고 멈춥니다. 나중에 너무 되면 그때 뜨거운 물을 조금 더하는 쪽이 낫습니다.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입니다. 여기서부터 10분 정도가 기준입니다. 가열 시간을 적은 34편 중 14편이 10분이라고 적었습니다. 다만 범위가 2분에서 35분까지로 넓은데, 쌀을 얼마나 불렸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시계보다 쌀알 상태를 보세요.

5. 바닥을 긁듯이 젓습니다

나무 주걱으로 2~3분에 한 번씩 바닥을 긁듯이 젓습니다. 원을 그리며 젓지 말고, 바닥에 주걱을 붙여 밀어 내는 식으로 저어야 눌어붙지 않습니다.

쌀알이 두 배쯤 부풀고 국물이 뽀얗게 흐려지면 거의 된 것입니다.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바로 흘러내리지 않고 잠깐 머무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여기서 조금 묽다 싶은 상태에서 불을 끄세요. 죽은 불을 끄고 그릇에 담는 몇 분 사이에도 계속 걸쭉해집니다. 냄비에서 딱 맞으면 식탁에서는 뻑뻑합니다.

6. 내장은 마지막에, 색을 보고 넣습니다

따로 둔 내장을 체에 대고 숟가락으로 으깨 걸러 넣습니다. 껍질 조각이 섞이면 씹히기 때문에 거르는 편이 낫습니다.

내장을 넣으면 죽이 초록빛이 도는 회색이 됩니다. 이 색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고, 아이가 먹을 죽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내장은 넣지 않아도 되는 재료입니다. 넣으면 향과 감칠맛이 깊어지고, 빼면 맑고 담백해집니다. 둘 다 전복죽입니다.

넣었다면 1~2분만 더 끓입니다. 오래 끓이면 쓴맛이 올라옵니다.

7. 불을 끄고, 그때 간을 봅니다

국간장 1큰술을 넣고 섞습니다. 남겨 둔 전복 살을 올리고 불을 끕니다.

간은 반드시 불을 끈 뒤에 맞춥니다. 끓는 중에 간을 맞추면 남은 열로 물이 더 날아가면서 짜집니다. 죽처럼 오래 끓이는 음식에서 이 순서 하나가 실패의 큰 몫을 차지합니다.

한 숟갈 떠서 식혀 맛보고, 부족하면 소금을 아주 조금씩 더합니다. 소금 대신 국간장을 더 넣으면 색이 탁해지니 이 시점부터는 소금을 쓰세요.

그릇에 담고 참깨나 김가루를 올립니다.

얼마나, 어떻게 보관할 수 있나

먼저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수집한 99편 중 보관을 언급한 글은 28편이었고, 며칠까지 두어도 되는지는 글마다 달라서 하나로 못 박을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며칠'이라는 숫자 대신 판단하는 기준을 적습니다.

상온에 두지 마세요. '전복죽 상온보관'을 검색하는 사람이 있는데, 죽은 상온 보관에 가장 불리한 조건을 다 갖춘 음식입니다. 수분이 많고, 전분이 이미 퍼져 있고, 해산물이 들어가 있고, 간이 약합니다. 냄비째 식탁에 올려 두고 저녁에 다시 먹는 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끓인 음식이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끓인 뒤 식어 가는 동안입니다.

빨리 식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뜨거운 죽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가운데가 식는 데 몇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냉장고 안 다른 음식 온도까지 올립니다. 얕은 그릇에 나눠 담아 넓게 펴면 훨씬 빨리 식습니다. 찬물을 받은 싱크대에 냄비를 담가 저어 주면 더 빠릅니다.

한 끼 분량씩 나눠 담습니다. 한 통에 다 담아 두면 먹을 때마다 전체를 저었다 덜었다 하게 되고, 그때마다 상온에 나왔다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나눠 두면 그 문제가 없어집니다.

다음 끼니에 먹지 않을 몫은 그날 바로 냉동하세요. 며칠까지 괜찮은지 못 박을 근거가 없다면, 애초에 냉장에 오래 두지 않는 쪽으로 정하는 것이 판단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냉장에 두었다가 뒤늦게 냉동하는 것보다, 갓 끓여 식힌 것을 바로 얼리는 쪽이 맛과 안전 양쪽에서 낫습니다. 납작하게 눌러 얼리면 자리도 덜 차지하고 녹이기도 빠릅니다.

다만 냉동한 죽은 녹인 뒤 물이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아래 재가열 항목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무엇과 같이 내면 좋을까

'전복죽 반찬'과 '전복죽 반찬 추천'을 검색하는 사람이 꾸준히 있는데, 정작 곁들임을 다룬 글은 99편 중 16편뿐이었습니다.

죽은 간이 약하고 질감이 한결같습니다. 그래서 곁들임의 역할은 맛을 더하는 것보다 대비를 만드는 것입니다. 짠맛, 신맛, 아삭한 식감 중 하나는 있어야 한 그릇을 끝까지 먹습니다.

실제로 잘 맞는 조합은 이렇습니다.

  • 동치미나 나박김치 — 가장 잘 맞습니다. 시원한 국물의 신맛이 죽의 느끼함을 정확히 끊어 줍니다. 전복죽에 참기름이 넉넉히 들어가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 오이지나 장아찌 — 아삭한 식감이 필요할 때. 다만 짜니 아주 조금만 냅니다.
  • — 조미김보다 구운 김이 낫습니다. 조미김은 기름이 겹쳐서 물립니다.
  • 계란찜 — 아이가 먹거나 환자식일 때. 대비를 만들지는 않지만 부담이 없습니다.

피하는 쪽도 적어 둡니다. 매운 볶음이나 고춧가루가 센 반찬은 맞지 않습니다. 전복죽은 향이 섬세해서 매운맛과 같이 두면 전복 맛이 아예 사라집니다. 아픈 사람에게 내는 상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치를 낼 때도 갓 담근 겉절이보다 익은 김치나 물김치 쪽이 낫습니다.

남은 전복죽, 버리지 말고 이렇게

남은 죽 활용을 다룬 글은 99편 중 4편이었습니다. 거의 아무도 안 쓴 이야기인데, 전복죽은 한 번에 많이 끓이는 음식이라 실제로는 가장 자주 부딪히는 상황입니다.

하루 지난 죽은 그대로 데우면 처음 맛이 안 납니다. 쌀이 물을 더 먹어 뻑뻑해지고, 전복 향은 날아갑니다. 그래서 데워서 똑같이 먹으려 하기보다 다른 음식으로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 전복죽 누룽지 — 팬에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남은 죽을 얇게 펴서 중약불로 굽습니다. 밑면이 노릇해지면 뒤집습니다. 눌은 부분이 생기면서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뻑뻑해진 죽일수록 오히려 잘 됩니다.
  • 죽전 — 남은 죽에 계란 1개와 밀가루 2큰술, 다진 파를 섞어 부칩니다. 아이들이 잘 먹습니다.
  • 국물 요리의 바탕 — 죽을 물이나 육수로 풀어 끓이면 걸쭉한 해물 수프가 됩니다. 여기에 계란을 풀어 넣으면 또 다릅니다.
  • 볶음밥 대용 — 아주 되게 남았을 때.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센 불로 볶으면 눌어붙은 부분이 고소합니다.

다만 원칙 하나는 지키세요. 한 번 데운 죽을 다시 식혀 또 데우는 것은 피합니다. 덜어서 먹을 만큼만 데우고, 남은 것은 처음 담아 둔 통에서 건드리지 않은 채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간이 안 맞을 때 되돌리는 법

'전복죽 간'과 '전복죽 간 맞추기'는 이 주제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간 조절을 다룬 글은 36편으로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기호에 맞게'로 끝났습니다.

죽의 간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끓는 동안에도 계속 졸아서 농도가 변하고, 뜨거울 때는 짠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냄비에서 맞춘 간은 식탁에서 대체로 짭니다.

짜게 됐을 때

  •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이 아니라 불린 쌀이나 밥을 더 넣고 조금 더 끓이는 것입니다. 물만 부으면 짠맛은 줄지만 죽이 멀개져서 다른 음식이 됩니다.
  • 급할 때는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그때마다 맛을 봅니다. 한 번에 붓지 마세요.
  • 익힌 감자를 으깨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분이 짠맛을 눌러 주고 농도도 유지됩니다.
  • 설탕으로 덮으려 하지 마세요. 죽에서는 단맛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싱거울 때

  • 소금을 아주 조금씩 더합니다. 이 시점에 국간장을 더 넣으면 색이 탁해지고 간장 맛이 앞섭니다.
  • 감칠맛이 비어서 싱겁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소금보다 참치액젓을 1/2작은술 넣어 보세요. 짠맛보다 깊이가 먼저 채워집니다.
  • 낼 때 김가루나 참기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간이 맞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공통 원칙 하나. 간은 항상 불을 끈 뒤에, 한 숟갈 덜어 조금 식혀서 봅니다. 뜨거운 채로 냄비에서 맛보면 거의 항상 더 넣게 됩니다.

도구가 없거나 다른 것으로 대신할 때

'전복죽 압력솥 레시피'나 '전복죽 밀키트'를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구를 다룬 글은 99편 중 7편뿐이었습니다.

밥으로 끓일 때 — 불린 쌀이 없고 지어 둔 밥만 있을 때가 가장 흔합니다. 이때는 물의 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밥은 이미 물을 머금고 있으므로 밥 1공기(210g)에 물 400ml 정도로 시작해서, 저으면서 상태를 보고 조절하세요. 끓이는 시간도 5분 안쪽으로 짧아집니다. 대신 쌀알이 퍼지면서 나오는 끈기가 덜해 국물이 묽게 느껴집니다. 주걱으로 밥알을 눌러 으깨면서 끓이면 어느 정도 보완됩니다.

압력솥 — 됩니다. 볶는 단계까지는 똑같이 하고, 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압력솥은 중간에 열어서 상태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김이 빠진 뒤 열었을 때 되면 물을 더할 수 있지만 묽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물을 레시피보다 조금 적게 잡고 시작하세요.

기종마다 압력이 달라 이 5분은 기준일 뿐입니다. 처음 쓰는 솥이라면 더 짧게 잡고 김을 빼서 열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기밥솥 — 죽 기능이 있으면 그걸 쓰면 됩니다. 다만 전복은 오래 익히면 질겨지므로, 살의 절반은 밥솥에 넣지 말고 다 된 뒤에 올리세요.

바닥이 얇은 냄비밖에 없을 때 — 가장 흔한 제약입니다. 불을 한 단계 더 낮추고, 젓는 간격을 2~3분에서 1분으로 줄이세요. 그래도 눌어붙으면 냄비 아래에 불판이나 두꺼운 프라이팬을 받쳐 열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방용 솔이 없을 때 — 전복 손질에 필요한데, 안 쓰는 칫솔로 충분합니다. 수세미로는 껍데기 가장자리 틈이 닦이지 않습니다.

밀키트를 살지 고민된다면 — '전복죽 밀키트'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어떤 제품도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만 밀키트를 찾는 이유가 대개 재료가 아니라 손질이 부담스러워서라는 점은 짚어 둡니다. 이 요리에서 손질이 까다로운 부분은 이빨을 빼는 것 하나뿐이고, 그건 2단계에 적어 두었습니다. 마트 수산 코너에서는 전복 손질을 부탁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남는 일은 쌀을 불려 볶는 것뿐입니다.

다시 데울 때 맛이 죽지 않게

'전복죽 안데우고'라는 검색어가 있습니다. 데우면 맛이 없어지니 차라리 그냥 먹어야 하나 고민한 흔적입니다. 재가열을 다룬 글은 99편 중 11편이었습니다.

식은 죽을 데우면 두 가지가 일어납니다. 쌀이 물을 더 먹어 뻑뻑해져 있고, 데우는 동안 다시 물이 날아갑니다. 그래서 처음보다 되고 무겁습니다. 냉동했던 죽은 여기에 더해 얼음 결정이 조직을 끊어 놓아서, 녹이면 국물과 건더기가 따로 놉니다.

냄비에 데우는 쪽이 확실히 낫습니다. 죽을 담고 물을 2~3큰술 더한 뒤 약불로 올려,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으면서 데웁니다. 물을 더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냥 데우면 되직해진 상태 그대로 뜨거워지기만 합니다.

전자레인지를 쓴다면 한 번에 오래 돌리지 말고 1분씩 끊어서, 사이사이 저어 주세요. 죽은 가운데만 뜨거워지고 가장자리는 미지근한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뚜껑이나 랩을 덮되 완전히 밀봉하지 말고 김이 빠질 틈을 두세요.

되살리는 요령 하나. 다 데운 뒤 참기름 몇 방울과 김가루를 새로 올리세요. 죽을 데울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향입니다. 맛 자체보다 향이 없어서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데울 때 전복 살을 따로 조금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에 올리면, 씹는 맛이 살아나서 처음 끓인 것에 훨씬 가까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복 내장은 꼭 넣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넣으면 향과 감칠맛이 깊어지고 색이 초록빛 도는 회색이 됩니다. 빼면 맑고 담백해집니다. 아이가 먹거나 색이 부담스럽다면 빼세요. 넣는다면 체에 걸러 넣고 1~2분만 더 끓이세요. 오래 끓이면 쓴맛이 납니다.

쌀을 안 불리고 바로 끓이면 안 되나요?

됩니다만 물이 훨씬 많이 들고 시간도 두 배 가까이 걸립니다. 그 과정에서 쌀이 퍼지기 전에 물이 졸아 계속 물을 더하게 되고, 그러면 농도를 잡기 어려워집니다. 30분 담가 두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죽이 자꾸 냄비 바닥에 눌어붙습니다

불이 세거나, 젓는 간격이 길거나, 냄비 바닥이 얇은 것입니다. 셋 중 하나는 반드시 해당됩니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내리고, 원을 그리지 말고 주걱을 바닥에 붙여 밀어 내듯 저으세요.

전복죽이 초록색이 되는 게 정상인가요?

내장을 넣었다면 정상입니다. 전복 내장의 색이 그대로 나오는 것이고 상한 것이 아닙니다. 색이 싫으면 내장을 빼고 끓이면 뽀얀 죽이 됩니다.

아이에게 먹여도 되나요?

전복 자체는 아이도 먹을 수 있지만 몇 가지를 조정하세요. 내장은 빼고, 간은 소금을 거의 안 넣을 정도로 약하게 하고, 전복 살은 더 잘게 다지세요. 처음 먹이는 해산물이라면 소량으로 시작해 반응을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

불린 쌀 1컵에 물 600ml, 참기름 2큰술로 볶아서 약불에 10분. 여기까지가 전복죽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빨을 빼는 손질, 불을 끈 뒤에 맞추는 간, 얕은 그릇에 나눠 빨리 식히는 보관, 물 두어 큰술을 더해 젓는 재가열입니다. 한 냄비 가득 끓이는 음식이라 그 뒤가 더 자주 문제가 됩니다.

← 전체 글 보기